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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밥을 먹는다

2019년05월05일 10:27
출처: 연변라지오TV넷 연변뉴스APP   조회수:1660

글 / 지숙자

독서절이란다. 이것도 명절이니 경축해야 한다. 그래서 광장에서 성대하게 개막식도 하고 시랑송도 하고 도서기증식도 하고 행사를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다 실행하는 건 아니다. 마치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계속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담배의 해로운 점을 계속 선전하니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독서의 좋은 점을 계속 선전하다 보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 걸 기대해서 또 이런 행사를 하는 게 아닐가?

지금 세상에는 우릴 유혹하는 것이 너무 많다. 제일 심각한 것이 휴대전화이다. 하루종일 휴대전화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에 눈 뜨면서 보고 저녁에 자기 전까지 손에 쥐고 있는다. 그래서 책 볼 시간이 없다.

어렸을 적에는 교과서만한 반도체라지오가 유일한 문화생활도구였다. 저녁을 먹고 나면 온 가족이 반도체를 둘러싸고 앉아서 방송극을 듣거나 매주일가 가사를 베끼면서 노래를 배웠다. 그때는 서점에서 파는 책이 얼마 없었고 사실 책 살 돈도 없었다.

달마다 《연변문예》잡지와 《홍소병》잡지를 기다리는 게 목이 늘어날 지경이였다. 아무리 생활이 곤난해도 어머니는 자식들이 보고 싶다는 잡지만은 사주었던 것이다. 잡지가 도착한 날이면 난 어머니가 밥을 먹으라고 몇번씩 재촉할 정도로 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반복해 봐서 잡지내용을 다 외울 정도였다.

그때 본 김철, 김성휘, 리상각 등 시인들의 시와 라지오를 들으면서 베낀 노래가사가 이후 나의 글쓰기에 정말로 큰 도움이 되였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 영향이 아주 컸다고 확신한다.

지금은 생활이 많이 좋아졌고 환경도 좋아졌다. 볼 것도 많아져서 책이 오히려 밀리운다. 휴대전화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무한한 세계가 들어있다.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쉽게 펼쳐지는 다채로운 세계가 우리를 유혹한다. 게다가 재미있고 신난다. 그런데 책은 생각하면서 봐야 하니 귀찮다. 몇줄 읽고 나면 눈까풀이 천근만근이고 뭘 봤는지 잊어버려 다시 되돌아가서 봐야 한다. 그래서 아예 덮어버리고 다시 휴대전화를 든다. 머리를 쓰면서 생각할 필요 없다. 주어진 것을 보면 된다. 즐거움에 중독돼서 밤 새는 줄 모른다.

책을 제일 많이 읽어야 할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 공부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 해서 래일 시험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풀면 성적이 오를 수도 있다. 책의 효과는 너무 느리다. 그래서 외면당한다.

왜 독서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누군가 이렇게 대답했다. 독서는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어려서부터 한술한술 먹은 밥이 우리 몸을 키워주었다면 한권한권 본 책이 나의 정신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독서가 공부를 이긴다”는 말도 있지만 부모들은 믿지 않는다. 아니,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장 눈앞의 시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독서를 하면 “공부를 하지 않고 무슨 책을 보냐”고 꾸짖는다. 그래서 독서와 공부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독서를 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건 공부가 아니란다. 원래 친구로 되여야 할 독서와 공부가 이렇게 생리별을 한다.

또 안타까운 건 우리의 독서환경이다. 현대화한 백화청사와 시장이 우뚝 선 가운데 신화서점은 수십년전의 옛 모습 그대로 초라하게 그 틈에 끼여있다. 독서절이라고 서점의 분위기가 어떤지 보려고 며칠전에 서점에 가보았다. 낡은 건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조선문도서 코너에는 나와 로인 한분 뿐이다. 매장 사이 거리도 너무 좁아서 두 사람이 건너가기 어렵다. 한사람이 비켜줘야 겨우 건너간다.

그래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민족서점의 환경이 좋아서 자주 다녔었다. 막내는 기어이 자기 이름으로 된 회원카드를 만들어 달란다. 그래서 두 아이한테 회원카드 하나씩 만들어 주었다. 막내는 책을 사고 결산할 때면 자기 카드를 내미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우리가 산 책이 어느새 거의 만원 어치 됐다. 막내는 주말마다 그 서점으로 가는 걸 마치 공원으로 놀러가는 것처럼 즐거워 했다.

3층으로 된 서점은 층마다 앉아서 책을 보는 자리까지 마련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반나절 보낼 수 있었다. 한 기업인의 소행이라니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우린 휴대전화의 배터리수자가 내려가면 벌써 초조해진다. 마치 휴대전화가 꺼지면 이 세상과 인연이 끊어질 듯 두려워서 충전하려고 서두른다. 그런데 우린 빈 머리를 충전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생활에 별로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면서 독서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차이 때문에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는다. 나에겐 즐거움을 주는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기왕 휴대전화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유용하게 사용해보는 건 어떨가? 지금 종이도서 외에도 전자도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가격도 싸고 굳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수시로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그리고 전문 좋은 글을 올리는 위챗공식계정을 통해서도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 정신적 영양분을 주는 글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떤 형식이든 다 좋다.

명절이라고 그때만 독서하라는 것이 아니다. 독서는 우리가 밥을 먹는 것처럼,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매일 하고 평생 해야 할 일이다. 독서를 굳이 부담스러운 일로 생각하지 말고 밥 먹듯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면 점차 취미가 생기고 성취감이 생기며 거기서 오는 별다른 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밥은 물질적 식량이고 독서는 정신적 식량이다. 그렇다. 그저 이렇게 간단하다.

나는 오늘도 밥을 먹는다.

안경을 찾아 걸고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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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채원]
태그: 20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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