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다시 돌아왔다~!"

어제(6일) 연변룡정팀 홈장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필자의 마음도 그러했고 많은 동료기자들도 그리 말했다. 현장을 찾은 1만 5천명 팬들이나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팬들 모두 비슷한 심정이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우리는 돌아왔다. 연변축구가 갑급리그로 돌아왔고 홈장경기가 돌아왔고 선수들이 돌아왔고 팬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또 한사람 '수박할머니'가 돌아왔다.

어제 경기시작을 앞두고 연변도시련맹축구팬협회에서는 수박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프랑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웨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프랑카드에는 "당신의 소망대로 우리가 돌아왔어요!(如您所愿 我们回来了)"라는 구호가 씌여져 있었다.

수박할머니의 본명은 리애신, 일찍 연변부덕시절에 연변팬들은 물론 전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골수팬이다. 일찍 연변축구가 승승장구하던 2015년 여름, 리애신할머니는 구단을 찾아 쌈지돈 1000원을 내놓으며 "선수들에게 시원한 수박이나 사주라"고 했다. 그때로부터 할머니는 '수박할머니'로 불리게 되였다. 당시 수박할머니는 CCTV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하지만  2019년초 연변부덕팀이 갑자기 해산되였고 그뒤로 수박할머니도 점차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2015년 6월 24일 연변장백산축구구락부를 찾아 쌈지돈을 내놓는 리애신할머니

2015년 7월10일 리애신할머니의 일화를 소개하는 중앙텔레비죤방송국(CCTV) 《陈言网事》프로그램

그리고 정확히 2년전의 5월 6일 연변축구의 침체기에 수박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경기당일 추모활동을 기획한 연변도시련맹의 책임자 마강은, "나는 예전부터 수박할머니와 줄곧 련계를 유지해왔었다.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짜도 정확히 알고 있다. 올 시즌 경기일정이 나온 후 첫 홈장이 수박할머니가 돌아간 날과 겹친다는 것을 알았고 이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타 회원들에게 추모활동을 할 것을 제기했고 다들 찬성했다. 우리는 예전의 연변부덕팀을 잃었지만 새로운 연변룡정팀이 돌아왔다.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소망대로 우리가 돌아왔어요'라는 구호를 제출했다. 이 구호가 모든 연변팬들의 심성을 대표할 수 있지 않을가 생각하고 수박할머니에게도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취지에서 길이 14메터, 너비 13.3메터 되는 대형 프랑카드를 제작하여 모든 연변팬들에게, 더 나아가서 전국 팬들에게 우리의 심성을, 수박할머니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하려 했다. 더 많은 팬분들이 수박할머니를 따라배워 연변팀에게 애정어린 성원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로인의 소망대로 연변축구가 돌아왔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완강한 투지와 포기할 줄 모르는 정신으로 연변축구의 복귀를 알렸고 매 사람이 연변축구의 정신을 계승, 발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실제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연변축구에 대한 팬들의 애정도 돌아왔다. 통한의 무승부에도 선수들의 노력에 긍정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한 경기씩 풀어나가자. 경기 자체, 승리 자체도 좋지만 우리는 연변축구의 정신, 연변축구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더 큰 과제도 안고 있다. 그런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우리 본연의 축구를 한다면 결과 역시 너무 차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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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