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두 한 팀에 있으니까 어색하면서도 든든하다.”

‘윤비트’ 윤빛가람(30·울산 현대)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 커리어 11번째 시즌을 울산에서 맞이하는 그는 절친한 친구는 물론, 과거 국가대표팀 동료로 지낸 다수 선,후배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최근엔 유럽 생활을 청산하고 11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이청용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12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부경고 동기인) 정동호를 비롯해 팀 내 친한 친구도 내가 합류하니까 어색하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기분인데 청용이 형이나 명진이 형처럼 대표팀에서 함께한 동료까지 모두 이곳에서 만나니까 신기하다”고 웃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윤빛가람은 지난해 제주 유나이티드와 계약 종료 이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뒤 해외 리그 도전을 염두에 뒀다. 지난 2016~2017년 중국 슈퍼리그 연변부덕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해외 무대를 경험한 그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한 번 더 후회 없이 도전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을 비롯해 해외 이적에 걸림돌이 생겼다. 때마침 지난해 K리그 MVP 김보경을 전북으로 보낸 울산이 공백을 메울 최적임자로 윤빛가람을 지목했고, 4년 장기 계약을 제시했다. 그 역시 울산으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계약이 성사됐다. 전격적으로 울산행을 수락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은 프로 커리어에 없는 ‘우승트로피’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2010년 경남FC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17년 제주 시절 준우승이 소속팀 최고 성적이다. 그는 “다른 건 생각 안 했고 우승을 하고 싶었다. 울산은 지난해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충분히 다시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2선에 그와 시너지를 낼 국가대표급 자원이 연달아 팀에 합류한 것도 그를 미소짓게 한다. 울산은 지난해 팀 전술의 핵심 역할을 한 김보경의 빈자리를 지우는 게 핵심이다. 넓은 시야와 송곳 같은 패스로 리그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로 불리는 윤빛가람이 제 구실을 해줘야만 한다. 그는 “솔직히 부담 반, 기대 반이다. 처음엔 ‘무거운 짐을 짊어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좋은 선수가 많이 와서 짐을 덜어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은 이전까지 역습 위주의 축구를 했지만, 올 시즌엔 기존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2선에서 볼 소유를 통해 다양한 축구를 더욱더 펼치려고 한다”며 “워낙 좋은 선수가 많기에 잘 맞춰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결혼한 윤빛가람은 ‘품절남’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이기도 하다. 그는 “울산이 워낙 살기 좋은 도시여서 아내도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웃었다. 플레이 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한층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후배를 이끌겠다는 각오도 품고 있다. 윤빛가람은 “최선참은 아니지만 후배들이 많아졌다. 내가 솔직히 살갑게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런 면에서도 노력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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