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03월21일 14:56
봄이 온다고 요란스럽다
얼음장 밑에서 흐르던 강물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길거리엔 오색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도 들뜬 마음으로 옷장을 열어보니
아니, 왜 이리 칙칙하냐?
지난 봄엔 뭘 입었을가 이리저리 뒤져봐도
모두 류행이 지난 옷들뿐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3년 동안 우리는 과연 봄을 즐겨봤던가?
실내복에 길고 검은 솜옷으로 몸을 감싸고
분장은 쓸데없는 절차
줄을 서서 입을 벌리는 일에만 열중했었다
멋진 옷으로 몸매를 과시할 여유도 없이
세련된 분장으로 고운 얼굴 자랑할 새도 없이
래년 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피여나는 꽃을 감상할 심정도 없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도 서로 피하고
그렇게 우리의 봄은 흘러갔다
그래서 올봄엔 실컷 멋을 부릴 거다
케케묵은 옷을 버리고
화사하고 멋진 옷으로 단장하련다
눈섭도 곱게 그리고
립스틱도 짙게 바르고
내노라 뽐내면서 활개치련다
기분이다
비싼 옷만 예쁘고 멋지더냐
마음이 즐거우면
무얼 입어도 명품이다
젊은이만 당당하냐
얼굴이 피여나면 나도 미인이다
올봄엔 실컷 멋을 부릴 거다
좀 촌스러워도 좋다
내 맘이다
그러고 싶다
다시 오지 않을 이 봄을 맘껏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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